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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전시 축전] 청춘은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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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름다운 것


글/ 정준모(미술비평, 문화정책)


'88만원 세대'라는 다소 우울한 이름으로 불리는 세대지만 그러나 역시 20대는, 청춘은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탓에 그들의 청춘은 아름답다.

특히 척박한 문화 환경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 미술인으로서 일생을 바치고자 마음먹은 젊은 예술가들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회의는 대단할 것이다. 힘에 부치는, 버거운 짐을 자처해서 지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있어서 전시란 생존의 방편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장치인 동시에 두려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전시는 또 다른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출발부터 20대들의 신선한 아이이디어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참여하는 작가들 13인 모두 20대 작가들이다. 이들이 전개할 전시의 주제는 “Blooming Twenties'이다. 이들은 20대라는 공통점 외에는 모두가 자유스러운 미술가 지망생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생각과 미학으로 작업해온 작가들 또는 작가 지망생들이다. 이들에게 전시란 자신의 작업을 드러내고 평가받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관객들을 만나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작가로서의 자신을 곧추 세울 것 인가 아니면 이즈음에서 작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전시란 행위는 이렇게 살얼음 판 같은 현실을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경우로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얼룩말이 초원으로 내 몰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들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 멋진 초원을 누비는 한 마리의 늠름한 얼룩말이 되어 줄 것이다.          

한국의 청년실업은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하지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업률 제로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는 문화예술계 특히 미술계이다. 이들은 모두 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 때문에 취업률이 최고에 달한다. 하지만 실상은 취업이라기보다는 이름만 예술가 일 뿐 실업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미술인중 90% 이상이 100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대학들이 4학년에 이르면 모두들 취업을 염두에 두고 영어에, 면접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취업박람회에 발품을 파는 것이 일상사이건만 미술동네는 이런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열악하고 척박한 문화예술 환경은 젊은 작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외면하고 만다.

왜냐하면 돈이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배금주의에 철저하게 경도된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예술가로서 화가로서, 미술인으로서 살아 갈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치된, 사회안전망으로부터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마치 룸펜취급을 받으며 그들은 자신의 예술적 의지를 구현하고 자신의 미학을 세워나간다. 하지만 그들은 '돈 되는 작가', '잘 팔리는 작품'에만 오로지 관심을 갖는 기존의 미술시장 때문에 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설혹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나름대로 작품을 제작한다 해도  팔리기는커녕 전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들의 조금은 치기어리고 부족하지만 실험적이고 패기 넘치는 작품을 수용할 기관이나 시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들의 젊은 작품을 전시할 시설로는 아마도 대안공간 성격의 전시장이나 미술관이 필요하다.

문화선진국이라고 하는 프랑스나 미국, 독일, 영국 같은 곳의 경우 이런 대안공간들이 젊은 작가들을 양성하고 자립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젊음 하나만을 믿고 세상에 당당하게 자신들의 미학과 예술정신을 쏟아 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십 수 년 간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군으로 자리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yBA)도 이런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영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절 대처수상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구조 조정되고 실업률이 치솟을 즈음에 대학을 졸업해야 했던 그들은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로 전시를 기획하고 스스로를 홍보하면서 자생력을 키워나갔다. 여기에 런던에서 규모 있는 광고회사를 경영하던 사치와 수완 좋은 화상 제이 조플링을 만나면서 영국의 가장 수익률 높은 수출상품이자 문화상품인 현대미술작품을 양산해내는 작가 군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명작가가 되려면 집안이 좋거나 재력이 있거나 권력가의 자재가 아니면 어렵다는 말이 정설처럼 전한다. 외냐하면 젊은 작가들이 데뷔하고 그들이 작품으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시스템이 없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좋은 작가로 인정을 받기시작하면 이런 저런 화랑과 딜러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작가를 키우기 보다는 스스로 큰 작가를 선점하려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이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정말 많은 시간동안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작가로서 사회에 나가 어떻게 활동하고 어떤 방법으로 생활인으로서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해 나갈 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한마디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바로 이런 직업 예술가로서 교육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근대적인 사고방식 즉 '예술가는 돈을 돌처럼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개척할 방법조차도 봉쇄 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청년 실업예술가들에게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이번 전시이다. 물론 이런 접근 방식이 모든 젊은 예술가를 위한 알파이자 오메가 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하나의 방편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작품을 할 기회는 물론 설혹 작품을 제작했다 할지라도 발표할 기회조차 박탈 당 한 채 자신의 좁고 누추한 작업실에서 은거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과 처지를 처음으로 헤아리고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것도 그들과 같은 또래의 청년들이 말이다.

이렇게 문화예술을 전공한 동년배들끼리 서로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암울한 경제소식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이다. 이런 그들의 관심과 노력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젊은 작가 지망생들의 불굴의 의지이다. 그 의지로 문화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설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각각의 분야에서 같이 일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에 화답하라. 그리고 잊지 말 것이다. 그대들의 멋진 희망에 찬, 고뇌하던 20대를. 당신들이  멋진 신세계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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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8 15:17 2008/12/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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